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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9회 서울미래연극제 본선 심사 총평

제9회 서울미래연극제 본선에는 총 5편의 작품이 참가했다. 1차 서류심사(33편)와 2차 실연심사(10편)를 거쳐 최종 선정된 5편의 작품은 각자가 제안하는 ‘미래’의 형식과 내용이 모두 달랐다. 올해부터 특별한 규정을 두기보다는 “기발한 표현기법과 참신한 무대 언어로 새로운 연극적 감성을 개발”하고 “연극의 범주 내에서 가능한 모든 해체, 분해, 결합, 융합, 대체의 실험”(2차 실연심사 총평 중)을 권장했다. 그 기반에는 ‘예술의 실패할 권리와 자유’가 전제된 바, 이번 본선의 모토는 ‘FAIL BETTER’(사무엘 베케트)였고, 이것은 본선의 최종 심사에도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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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심사위원들은 본선 다섯 편의 작품을 놓고 각 작품이 무엇을 시도했고, 무엇에 실패했으며, 무엇이 더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해 긴 시간을 토론했다. 시도 자체에 만족한 작품도 있었고, 시도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실패를 보여준 작품도 있었고,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하고 나아질 것이라 기대되는 작품도 있었다. 본선작의 개성과 특성이 서로 달랐고, 이에 따라 심사위원별로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정도의 차이도 컸기 때문에 대상 선정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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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논의 끝에 극단 노마드의 <메이데이>(김민경 작·연출)를 ‘FAIL BETTER’에 가장 근접했다는 것에 합의했다. 노동에 대한 문제 제기를 연극으로 구현하려는 목적과 밧줄을 사용해 무대 위에 거대한 배를 만들어내고 배우 신체와 음악의 결합으로 노동의 리듬감을 창조하는 등의 연출적 시도는 새로운 연극적 언어의 표현방법에 대한 실험과 제시가 명확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그러나 그 시도에 비해 예술가의 노동에 대한 문제 제기 혹은 현 시기의 노동의 개념과 범주 등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이 부족했다는 점에서는 의도의 실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4차 혁명 시대의 노동을 근원적으로 다시 탐색하는 의미를 던져주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무대 위 연극 언어적 표현의 확장과 실험은 더욱 더 심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주었다.

봄부터 시작해서 여름을 거쳐 가을 본선까지, 긴 기간 동안 서울미래연극제를 준비한 모든 극단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서울미래연극제가 단단해지고 다양해지고 풍성해지고, 그래서 미래에 대한 연극적 대화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든 것은 오롯이 참가 단체와 연극인들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대상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서울미래연극제 참가 단체들은 정체되거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실패하고, 실험하고, 시도하는 모습을 앞으로 계속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11. 7.

심사위원 배선애, 백승무, 정안나, 최진아, 황이선